
국립민속박물관 세종
우리 민속에는 심각함보다는 익살과 해학, 풍자가 담긴 이야기가 많다. 망자의 상여에 장식된 꼭두 하나는 단순한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무리지어 있을 때 삶을 투영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보여주는 상징물이 된다. 민속은 지배층의 미학이 아니라 기층 서민의 미학을 담는다. 지배층의 미학이 주변을 압도하는 랜드 마크를 선호한다면, 기층 서민의 미학은 다양한 개체들이 모여 균형을 이루는 군집의 미에 더 의미를 둔다. 지배층의 미학이 고요함 속에서 돋보이는, 독보적 존재감을 추구한다면, 기층 서민의 미학은 여럿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삶을 즐기는 장터와 같은 공간을 좋아한다. 이처럼 민속박물관이 민속이 지향하는바 대로 다양한 개체들이 모인 군집의 미를 형태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박물관을 빌리지타입으로 구성한 설계개념은 두 가지 점에서 유효하다.
둘째, 건물에 둘러싸인 다양한 인간적 스케일의 마당을 확보하는 것은 광활한 주변에 대응하여 외부공간의 활용밀도를 높이는 좋은 방안이다. 박물관은 본관, 어린이관, 교육관 세 개 동으로 구성된다. 박물관의 주 기능인 전시, 사무, 유물수장영역을 하나로 묶어 주 건물로 하고, 이용자가 다른 어린이와 교육 영역은 별동으로 배치했다. 이러한 별동배치는 사방으로 트인 대상지에서 보행자 동선을 자연스럽게 흐르게 하고, 주변의 자연을 각 건물사이로 관입하여 건축과 자연이 공존하는 풍경을 만든다. 또한, 각 건물 가까이에 놀이 체험 전시 마당을 배치하여 실내외 활동을 연계하는데도 편할 뿐 아니라, 건물과 건물 사이를 짧게 이동하는 중에도 외부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외부공간 활성화에 유리하다.
새로 짓는 민속박물관에서는 실내전시실 뿐 아니라 외부공간을 건축 공간화 하여, 민속의 다양한 이야기가 충분히 펼쳐짐으로써, 신명나는 박물관이 되기를 바란다.